안녕하세요. 이 글에서는 퀀트 투자의 기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입문자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따라서 깊은 내용을 다루기보다는 기초적인 개념 설명과, 장점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정도의 내용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자주 등장하는 용어 (퀀트 투자에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 MDD : (Maximum Drawdown, 고점 대비 최대 낙폭) 마음의 고통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 리밸런싱 :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자산들의 비중을 조절하는 과정
- 알파 투자 : 시장(지수)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
- 베타 투자 : 시장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

퀀트 투자란?
산업과 기업을 분석해 가치를 매기는 기존의 투자방법과는 다르게 퀀트 투자는 오로지 '숫자', 즉 데이터에만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투자 방식입니다.
기존의 투자 방법이 정성적인 부분이 다소 포함된다면, 퀀트는 이와 다르게 수학과 통계를 기반으로 전략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하는 완전히 정량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간단한 퀀트 투자의 몇 가지 예시를 들면 저 PER, PBR 전략이 있습니다. 저평가된 주식을 싸게 매입하고 보유하면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간단한 논리의 전략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1. 기업 지표 중 PER와 PBR가 낮은 기업 상위 30개를 매수합니다.
2. 연 1회 리밸런싱 합니다.
이게 끝입니다. 너무 간단하죠? 하지만 성과는 놀랍습니다.
아래 정리한 수익률 지표를 보시면 실제로 2012년부터 코스피 지수를 크게 상회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유명한 퀀트 전략으로는 조엘 그린블라트의 마법 공식이 있습니다.
"좋은 회사를 싸게 산다는 자세만 유지한다면 변덕스러운 ‘미스터 마켓(주식시장)’이 거저 주는 회사들을 체계적으로 살 수 있다"
- 조엘 그린블라트 -

마법 공식이란 쉽게 말하면 우량한 기업 주식을 싸게 사는 '정량적 가치 투자' 방법입니다.
자본수익률(return on capital)과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이라는 2가지 지표만을 가지고 이를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간단하죠.
그럼 수익률은 어땠을까요? 그린블라트는 이 단순한 공식으로 20년간 무려 약 83600% (836배)의 누적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표
자본수익률 = EBIT (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 / (순운전자본 + 순고정자산)
이익수익률 = EBIT (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 / (시가총액 + 순차입금)
전략
1. 자본수익률과 이익수익률의 순위를 합친다. 예를 들면 자본수익률 3위, 이익수익률 17위라면 총순위는 20위이다.
2. 상위의 종목들 10개~30개를 사서 보유한다.
3. 일정 주기로 리밸런싱 한다.

끝입니다. 엑셀만 좀 만질 줄 안다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퀀트 투자의 첫 번째 장점입니다. 일반 투자자도 아주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최근에는 이런 마법 공식을 GP/A, PBR을 이용하여 보다 개량한 신 마법공식도 나왔지만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마법 공식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시고 싶은 분은 '주식 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을 참고하세요.

주의사항
1. 위에서 예시를 든 퀀트 전략들은 예시일 뿐, 해당 전략을 추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전략들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2.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과거의 전략이 현재는 잘 먹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 PER 전략은 최근 10년간 성과가 다른 전략들에 비해 부진합니다. (미래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요.)
퀀트 전략은 수천 가지가 넘습니다. 다양한 퀀트 전략은 추후에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퀀트 투자의 추가적인 장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략 유효성 검증
첫 번째로, 데이터 기반으로 투자를 하므로 자신이 세운 투자 전략이 과거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는지 확인하는 백테스팅을 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미국의 MAGA에 동일 비중으로 15년간 투자를 하고, 연 1회 리밸런싱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지금 세계 최고로 잘 나가는 기업들이니까 장투 했으면 잘 벌지 않았을까?' 통상 이 정도로 생각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백테스트를 한다면 보다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 백테스트 결과를 보시죠.


15년 동안 연평균 27.73%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MDD는 상당히 아픈 -51%네요.
그래프를 보아하니 해당 낙폭을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 500 (SPY) 과 QQQ (나스닥) 과의 비교도 해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
백테스트를 통해 수익률은 얼마인지, 승률은 어느 정도였는지, 금융 위기는 잘 버텼는지, MDD는 어느 정도였는지 등등을 분석해야 합니다.

백테스트를 통한 또 다른 장점은 심리적 안정감입니다.
자산 배분 편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지만, 대공황, 세계대전, 각종 금융위기들을 무사히 버틴 전략이라면 하락장이 와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코로나 급락장이 왔어도 각 금융위기 때 수익률을 보며 아 최악의 경우라도 대략 이 정도에서 그칠 수 있겠구나.라는 안정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백테스트는 과거의 결과이기 때문에 절대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시장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알파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경우 백테스트는 투자 전략의 동작 방식을 이해하는 참고 자료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백 테스트하는 과정이 귀찮더라도 반드시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의 돈은 소중하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에 그 정도의 귀찮음은 감수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우리의 돈을 잃게 만드는 주범 - 뇌동매매
퀀트 투자의 두 번째 장점으로는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투자 편향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장점인가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이는 굉장히 강력한 장점입니다.
제가 퀀트를 배우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기도 한데요. 일반적으로 사람의 뇌는 투자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정상인이라면 오히려 아주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투자 편향(bias)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의 성공 투자를 방해하는 편향만 40가지가 넘는데요. 이 중 중요한 편향은 추후 별도의 글을 통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폭락장에서 녹고 있는 계좌를 보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100명 중 몇 명이나 될까요?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손절을 해야 할 때 손절을 하지 못하고, 존버 해야 할 때 존버 하지 못합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MDD가 10%만 넘어가도 멘털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20%가 넘어가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옵니다. 그 이상이 되면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왜 부동산으로 성공했다는 사람은 찾기 쉬워도, 주식으로 성공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까요?
왜 암호화폐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대다수의 사람은 돈을 잃는 걸까요?
저는 가장 큰 이유가 인간의 심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편함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본업과 투자를 병행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본업과 투자를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소중한 돈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경제 시황과 내가 보유한 종목들의 뉴스를 끊임없이 챙겨봐야 합니다. 어떤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주가가 하락할지, 상승할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 투자한 금액이 크다면 이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장 중에는 계속 호가창을 들여다보고, 차트의 모양을 보며 위로 갈지 아래로 갈지 방향을 예측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종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습니다.
내 의견과 동일하면 안심하고, 내 의견과 다르면 불안해하죠.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본업에 집중하기 힘이 듭니다.
쉬는 날에도 쉬는 것 같지 않고, 예민해집니다. 특히 크게 물려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죠.
심지어 수익을 잘 내고 있는 경우에도 도대체 언제 팔지를 고민하며 힘들어합니다.
이는 조금 극단적인 예일 수 있겠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만약 여기에 해당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투자에 자질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사람의 뇌가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투자 편향)

퀀트 투자는 이런 면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데이터와 간단한 논리를 통해 매수하고 기다리면 끝입니다.
더 이상 손댈 게 없습니다. (손 대면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신경 써도 변할 게 없으니 신경을 덜 쓰게 되고, 마음이 편해집니다.
초조해하는 시간을 아껴서 보다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계좌를 들여다보는 대신 신빙성 있는 주체에서 발간한 논문이나 리포트를 찾아봅니다.
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다른 업무를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돈을 버는 기계가 아닙니다. 삶을 즐겨야 합니다.
저는 마음이 편한 투자가 무엇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퀀트 투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다음에는 우리의 자산을 지키는 방패인 '자산 배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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